2008년 04월 13일
드라마시티, 베스트극장 그리고 저예산 상업영화

KBS 드라마시티가 3월 29일로 방송종료 되었다. MBC 베스트극장은 1년 전인 2007년 3월 10일로 방송종료 된 바 있다. 이제 앞으로는 어떤 시나리오를 두고 베스트극장이나 드라마시티로는 괜찮지만 상업영화로는 어려울 것 같다는 평가는 내릴 수 없게 되었다.


어떤 시나리오가 드라마시티나 베스트극장으로는 괜찮은데 상업 영화로는 적합하지 않은지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기준은 없다. 드라마시티 폐지 철회를 주장하는 사람들에 의하면 높은 실험성과 뛰어난 완성도 그리고 소재의 참신함이 드라마시티나 베스트극장 같은 단막극만의 특징이라고 하는데 어떤 시나리오가 실험성이 높고 완성도가 뛰어나고 참신하다는 이유만으로 상업 영화로는 어려울 것 같다는 평가를 내리진 않는다.


보통은 이야기 자체는 흥미롭고 저예산으로도 제작이 가능하지만 흥행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시나리오들이 베스트극장이나 드라마시티로는 괜찮지만 상업 영화로는 어려울 것 같다는 평가를 받는다. 흥행이 어떻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누가 봐도 흥행이 안 될 것 같은 시나리오는 분명히 있기 마련이다. 능력있는 제작자는 베스트극장이나 드라마시티로는 괜찮지만 상업영화로는 어렵다는 평가를 받고 투자 유치에는 실패하더라도 어떻게든 돈을 마련해 저예산으로라도 영화를 만드는데 성공한다. 영화를 잘 만들기만 하면 관객들은 알아서 찾아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잘 만들어진 영화라고 언론에서 아무리 떠들어대도 흥행에는 무참히 참패하는 영화들이 있는데 그런 영화들이 대부분 베스트극장이나 드라마시티로는 괜찮지만 상업영화로는 어려울 것 같다는 평가를 최소한 한 번쯤은 받았던 시나리오로 만들어진 영화들이다.


물론 그런 영화들 중 일부는 베스트극장이나 드라마시티보다도 못한 경우도 있다. 어떤 영화가 베스트극장이나 드라마시티보다도 못한 영화인지에 대해서도 이렇다 할 기준은 없지만 분명 어떤 영화는 베스트극장이나 드라마시티보다도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당연히 관객들 입장에선 쇼핑하다 말고 쇼핑몰 안에 위치한 멀티플렉스에서 영화를 보는데 집에서 공짜로 볼 수 있는 베스트극장이나 드라마시티보다도 못하다는 생각이 들면 울화가 치밀어 오를 수 밖에 없고 극장주 입장에선 베스트극장이나 드라마시티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은 영화들을 꿋꿋이 상영하며 경제적으로도 손해를 봐야 할 이유가 없다.


예전엔 멀티플렉스에서 거부당하더라도 독립극장이 있었다고 하지만 요즘엔 독립극장들의 연이은 폐관으로 베스트극장이나 드라마시티로는 괜찮은데 상업 영화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저예산으로 제작된 상업영화들이 점점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 하긴 방송국조차 돈을 벌어보겠다고 베스트극장이나 드라마시티를 방송종료 시키는 사회분위기 속에서 저예산 상업영화들의 설 땅이 넓어질 리 없다. 최소 1년은 투자해서 만들어진 영화들이 달랑 2~3일 개봉하고 끝이다.  부가판권 시장을 통한 투자금 회수도 불가능하다. 주식 투자에 비교하면 매수하고나서 3거래일 후에 상장폐지된 격이다. 쪽박도 이런 쪽박이 없다.


베스트극장이나 드라마시티가 폐지 철회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비해 언제나 시청률이 저조했던 것처럼 대부분의 저예산 상업영화들도 문화 산업의 다양성 보호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비해 한결같이 흥행 결과가 저조하다는 점이 인상적인데 말을 물가로 끌고 가는 것은 쉬워도 물을 억지로 먹이기는 어려운 것처럼 관객을 극장 근처로 끌어들이기는 쉬워도 딱히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영화를 보게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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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드맨 | 2008/04/13 16:21 | 칼럼 | 트랙백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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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댕구리 at 2008/04/13 20:15
여기 저기서 힘들다 힘들다더만.. 드라마 시티 결국 끝났군요.
드라마판도 그닥 형편이 좋지 못한 상황이라네요. 아쉽습니다.
Commented by 애드맨 at 2008/04/14 00:57
아쉽긴한데 드라마시티를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인지 기억이 나질 않더라구요. 조금 미안했습니다 ^^;;
Commented by 술과고기 at 2008/04/14 01:01
그래도 가끔 본 것 중에서 눈물이 날 정도로 좋았던 것들이 몇개 있었는데... 참 아쉽네요...
Commented by 애드맨 at 2008/04/14 01:06
어렴풋이 기억이 납니다. 아쉬워요...
Commented by krzys at 2008/04/14 01:35
가끔가다 [사랑과 전쟁]에서도 물건이 나오더군요. 든든한 시청율이 있으니 망할 일은 없겠고, 역시 기획을 잘해야...
Commented by 핀치히터 at 2008/04/14 01:35
이젠 막장 열린결말극 부부클리닉을 염두에 두고 K본부 신인작가부문에 응모하면 되겠군요~
Commented by 지나가설라무네 at 2008/04/14 12:54
베스트극장 중 이순재와 윤여정이 부부로 나온 '동행 II'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맨마지막에 교장 선생님 출신 이순재가 지하철에서 아내 병원비를 벌기 위해 바이올린으로 구걸하다가 공익에게 쫓기는 장면은 진짜...
Commented by 애드맨 at 2008/04/15 00:14
krzys님 // 3주에 한번 꼴로 물건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역시 기획을 잘해야...동감입니다!

핀치히터님 // 탁견이십니다 ^^~~~

지나가설라무네님 // 상상만 해도 슬픕니다 ㅜㅜ
Commented by 베스트극장 at 2008/05/20 02:55
베스트극장, 드라마시티 폐지된 거 정말 넘넘 안타까워요 ㅠㅠ
근데 가을에 베스트극장 복귀될수도 있다네요. 엄기영 앵커 사장 취임하고 잘 하고 계신듯해 마음이 놓이네요.
아무리 시청률로 먹고사는 드라마라지만 베스트극장이나 드라마시티.. 넘 열악한 환경이래요.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배우들 배 채워주느라 다른 스탭들이나 조연 배우들 출연료도 제대로 주지 못하는 실정이라니..

배우들.. 몸값올리는 것도 좋지만 같은 문화 창작인으로써...생각 좀 탑재해서 좋은 드라마, 좋은 프로그램 죽이는 짓은 하지 말았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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