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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해가는 영화사 직원의 서운함 비공식업무일지


갑자기 짜장면이 먹고 싶어져서 대로변 뒷골목에 위치한 중국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퇴근하는 직장인들로 붐비는 골목 한 가운데에서 늘씬한 아가씨 한 명이 커다랗고 알록달록한 비닐 쇼핑백을 한 쪽 어깨에 매고 분주히 뛰어다니며 골목을 지나가는 아저씨들에게 알사탕 +라이터 + 업소 명함을 나눠주고 있었다. 좁은 골목길이었지만 아저씨들이 워낙 많이 지나다녀서인지 그녀는 무척이나 바빠보였다.


그녀 앞을 지나치는 아저씨들 거의 대부분이 알사탕 +라이타 + 업소 명함을 받아가고 있었고 이윽고 내 차례가 왔다. 알사탕 + 라이타 + 업소 명함을 받고 싶어서 일부러 그녀 앞으로 간 게 아니라 내가 원래 가려던 중국집으로 가려면 그녀 앞을 지나가야 했기 때문에 그녀 앞으로 지나가고 있었는데 그녀는 내 앞에서 걸어가던 아저씨에게만 알사탕 + 라이타 + 업소 명함을 주고 바로 뒤에서 걸어오던 나에게는 알사탕 + 라이타 + 업소 명함을 안 주는 것이었다. 순간 아니 왜 남들 다 주는 거 나만 안 주는 걸까 궁금했는데 아무래도 내가 앞에서 걸어가던 아저씨의 등 뒤에 너무 바짝 붙어서 걸어갔기 때문에 못 받은 것이라고 스스로 결론을 내리고 중국집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내 앞에서 걸어가던 아저씨에게 알사탕 + 라이타 + 업소 명함을 건네 준 후 다시 쇼핑백에서 알사탕 + 라이타 + 업소 명함을 꺼내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한 법인데 내가 앞에서 걸어가던 아저씨의 등 뒤에 너무 바짝 붙은 채로 걸어갔기 때문에 그녀가 미처 알사탕 +라이타 + 업소 명함을 꺼내기도 전에 지나쳐 버린 것이다 라고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짜장면을 먹고 중국집에서 나오는데 그녀는 아직도 좁은 골목길을 분주히 뛰어다니며 아저씨들에게 알사탕 + 라이타 + 업소 명함을 나눠주고 있었다. 집에 가려면 그녀 앞을 지나가야 된다고 생각하니 심장 박동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좀 지나서인지 골목길엔 아까보단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만약 이번에도 알사탕 + 라이타 + 업소 명함을 못 받으면 어떡하나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내가 특별히 알사탕을 좋아한다거나 공짜 라이타를 수집하는 취미가 있는 건 아니지만 다른 사람들 다 받는데 나만 못 받으면 기분이 좀 이상해질 것 같았다. 그렇다고 그녀를 피해 먼 길로 돌아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마침 아까만 해도 분주하던 골목길엔 거짓말처럼 그녀와 나 두 사람 뿐이었다. 혹시라도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간 내가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들키기라도 할까봐 고개를 푹 숙인 채로 그녀의 앞으로 성큼 성큼 걸어갔고... 그렇게 아무 일 없이 그녀 앞을 지나쳐 걸어갔다. 이번에도 그녀는 나에게 알사탕 + 라이타 + 업소 명함을 주지 않은 것이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주고 싶었는데 못 준 것도 아니고 말 그대로 뻔히 내가 그녀 앞을 지나가는 걸 보고 있었으면서 일부러 안 준 것이었다. 충격이었다. 그렇게 충격을 받은 채로 한참을 걸어가다 무심코 뒤를 돌아보니 그녀는 내 뒤에서 멀찌감치 따라오던 아저씨에게는 알사탕 +라이타 + 업소 명함을 건네주고 있었다. 나는 왜 남들 다 받는 알사탕 +라이타 + 업소 명함을 못 받은 걸까? 혹시 내가 빈티라도 나는 걸까? 찌질해보이나?


서운했다.




덧글

  • 비타민 2008/11/06 22:13 # 답글

    앗... 드디어 업뎃이 올라왔군요. 기다렸습니다^^
  • 달나무 2008/11/06 22:14 # 삭제 답글

    즐겁게 읽었습니다.ㅋㅋㅋ 쓰시는 시나리오 기대되네요.
  • 2008/11/06 22:3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동사서독 2008/11/06 22:33 # 답글

    순수&순진해보이는 사람에겐 안 줍니다.
  • 마에노 2008/11/06 22:55 # 답글

    아저씨들에게만 주는거예요.
  • 그심정나도알어 2008/11/06 22:56 # 삭제 답글

    남들 다 주는데 나만 안 주는 ㅋㅋㅋ
  • 모모맨 2008/11/06 23:19 # 답글

    역시 아저씨가 대세요...
  • 땅콩샌드 2008/11/07 01:07 # 삭제 답글

    저도 안 주더군요. 으흠. 왜 그럴까?
  • dARTH jADE 2008/11/07 01:08 # 답글

    아저씨 한정이거든요-
  • 러브햏 2008/11/07 04:03 # 답글

    애드맨님 글을 읽고 나면 저도 글을 쓰고 싶어지는 욕구가!
  • aimhang 2008/11/07 04:31 # 답글

    그런거 있어요ㅎㅎ 근데 그건 그 분들이 줄 분들을 좀 지정해서 그런거에요ㅎㅎ
    저도 뭐 나누주는데 저만 빼놓고 나눠주더라구요ㅎㅎ 그래서 저도 대체 누구한테 나눠주나 관찰한적 있다는ㅎㅎㅎ
    결론은, 아줌마들한테 나누주시더군요ㅎㅎ 즉, 전 어려보여서 저만 안주셨던거였어요ㅠ_ㅠ

    애드맨도 그냥 타겟으로 한 분이 아니라서 그런거니 신경쓰지마세요ㅎㅎ
  • asdf 2008/11/07 05:21 # 삭제 답글

    딱 봐서 업소 좋아할 것 같은 사람만 주는 겁니다.
    물론 전 항상 받습니다.ㅜ_ㅜ
  • 루아™ 2008/11/07 08:08 # 답글

    멋진 글입니다
  • 케야르캐쳐 2008/11/07 15:12 # 답글

    셋째 문단까지 읽고 제목이 떠올라서... 눈물이 고인채로 다 읽어버렸네요. 흑흑
    윗분들 좋은 말들이 옳을 거에요
    저는 고속터미널가면 꼭 붙잡히던걸요 뭐.. 이것보단 낫죠..
  • 한잠 2008/11/08 02:25 # 답글

    애드맨님이 넘 잘생기셔서 긴장했나봐요 ㅋㅋ
    그런 알바들 있어요
  • assa 2008/11/10 10:16 # 삭제 답글

    원래 호감가는 사람앞에선 자기가 하는 일이 부끄럽게 여겨져서
    안 준거 같습니다.
  • 라엘 2008/11/25 21:54 # 답글

    아저씨들한테만 주는 거죠. 애드맨님은 자랑스러워하셔도 될 듯.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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