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술과 밥을 몇 번 사준 적이 있는 아무개가 참여한 영화가 곧 개봉 예정이길래 반가운 마음에 전화를 걸어보았다.
아무개는 전화를 받자마자 조금 있으면 회의가 어쩌구 저쩌구 바쁜 척을 했고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니네들 요즘 시사회도 많이 하는 것 같은데 나도 좀 불러주면 안 되겠니 라고 물어보았다. 아무개는 자기한테는 표가 없다며 일언지하에 거절이다. 아니 어떻게 너한테 표가 없을 수가 있냐 너한테 표가 없으면 누구한테 표가 있다는 거냐라고 정중하게 여쭈어보려다가 치사하고 구질구질해 보일 것 같아서 참았다.
물론 아무개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본인이 스태프로 참여한 영화 개봉일에 초대를 받아서 갔는데 극장표는 각자 알아서들 구매하라고 했다는 전설 같은 일화도 들은 적이 있으니 아무리 영화에 참여한 스태프라도 시사회 표는 몇 장 못 받았거나 아예 못 받았을 수도 있는 것이다. 뭐 굳이 좋게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다는 얘기고 분명히 아무개에겐 시사회 표가 몇 장 있을 것 같긴 한데 아무래도 내가 시사회 표 분배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게 아닌가 싶다. 전화를 끊으며 <아쉽다^^;; 그럼 나중에 꼭 내 돈 내고 극장에서 볼게.>라고는 했지만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아마 아무개도 내가 그러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아무개가 참여한 영화가 망하길 바라는 건 아니다. 굳이 나까지 아무개가 참여한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갈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구우일모라는 말처럼 보통 영화 한 편 당 관객수가 수십만에서 수백만은 되는데 나 하나쯤이야 그 영화를 보던 말던 전체 관객수엔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아무개에게 술과 밥을 사준 횟수보다는 아무개가 나에게 술과 밥을 사준 횟수가 더 많은 것 같다. 다행이다. 그래도 나중에 내가 참여한 영화가 시사회를 하면 아무개는 안 부를 꺼다.




덧글
영화 만드는 분이신가봐요. 멋져요 :D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도 고치셔야 할 점 같군요. 그런 생각때문에 나라가 이 지경.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