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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크레딧에 이름을 올려본 지도 어언 O년 비공식업무일지


2009년 3/4분기를 맞이한 기념으로 내가 마지막으로 엔딩크레딧에 이름을 올려본 지가 언제인지 계산해보았다. O년. 자그만치 O년 전이었다. 만약 O년 전에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누군가가 나에게 찾아와 너는 앞으로 O년 동안 엔딩크레딧에 이름을 못 올릴 운명이라고 얘기해줬다면 어이쿠 미리 알려줘서 감사합니다 정중하게 무릎꿇고 이마가 땅에 닿도록 고개 숙여 큰절한 후 얼른 다른 일을 했을 것 같다.


O년이면 어지간한 분야에서든 전문가가 될 수 있는 시간이다. 학습 능력이 평균 이하가 아니라는 전제 하에 정신차리고 열심히만 매진한다면 뭐든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무도 나에게 내가 O년 동안 엔딩크레딧에 이름을 못 올릴 운명이라고 얘기해주지 않은 탓에 O년 내내 다음 달에는 뭔가 되겠지; 다음 분기에는 뭔가 되겠지;; 설마 내년에는 뭔가 되겠지;; 혹시 내후년에는 헐리우드? 라는 막연한 희망 만으로 이곳 저곳 전전하며 때론 기뻐하고 대부분은 좌절하며 허송세월해버렸다. 그렇다고 영화 전문가가 된 것도 아니다. 이 바닥에서 오래 버티는게 그리 대단한 성취도 아니고 예리한 통찰력으로 흥행 예상을 적중시킨다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다. 알아주기는커녕 한심하게 생각하지나 않음 다행이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더니 딱 그 꼴이다.


그렇다면 언제 엔딩크레딧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것인지 궁금해졌다. 물론 지금 이 순간에도 다음 달에는 뭔가 되겠지; 다음 분기에는 뭔가 되겠지;; 설마 내년에는 뭔가 되겠지;; 혹시 내후년에는 헐리우드? 라는 막연한 희망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긴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했을 때 일단 올해 개봉 영화 엔딩크레딧에 이름 올리기는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 그냥 빨리 들어가는 영화의 현장 스태프라도 하지 않는 이상 지금부터 프로젝트가 일사천리로 지체없이 진행된다해도 올해 안으로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어쩌다가 이런 거나 계산하고 있는지 내가 생각해도 참 한심하다. 비도 오는데 라면이나 끓여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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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오리지날U 2009/07/09 19:32 # 답글

    잠깐, 나 눈물 좀 닦고 ㅜㅜ 라면 맛있게 드세요..
  • ... 2009/07/09 20:44 # 삭제 답글

    작년 이 맘 때도 이런 글 본 거 같은데. 정말 징하네요.
  • EXmio 2009/07/09 21:08 # 답글

    네..라면에다가 뭐라도 같이 마셔야 할 거 같은 글입니다... "O년이면 어지간한 분야에서든 전문가가 될 수 있는 시간이다" 로 시작하는 두번째 문단이 마음을 건드리네요.
  • nabiko 2009/07/10 10:26 # 답글

    아니머 두 자리 수도 아닌데요머...
  • sam 2009/07/10 14:38 # 삭제 답글

    어서 좋은 작품 개봉하셔서 ... 짐짓 모르는 척 '기대된다' 로 포스팅하시길 바래요~

    애드맨 화이팅!
  • 베리배드씽 2009/07/10 15:40 # 답글

    시절이 어렵잖아요. 기운내세요~!
  • 아사히 2009/07/10 17:38 # 삭제 답글

    이런말 하기 그렇지만... 빨리 들어가는 작품의 현장 스태프도 하겠다는 사람이 줄을 섰지요....
  • 2009/07/10 17:51 # 답글

    흑흑 눈물 젖은 라면 ㅠㅠ
    늘 눈팅하고 있지만 애드맨님 정도의 통찰력!과 센스라면 꼭 큰 사람 큰 인물 되실거라 믿습니다!

    그나저나 엔딩크레딧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다음 편은 언제...? u///u
  • elk 2009/07/13 13:51 # 삭제 답글

    아아 오우
  • 2009/07/15 18:01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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