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고 끝에 입금 완료했다. 예전에 회사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PD들이 사비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얘기를 몇 번인가 들은 적이 있다. 그 당시만 해도 이해가 되질 않았다. 위에서 안 된다 그러면 말면 되지 굳이 자기 주머니를 털어서까지 일을 도모하고 싶을까? 이 바닥에서 일이 성사될 확률이 얼마나 낮은지 뻔히 아는 사람들이 차라리 경마나 주식을 하지 왜 검증받지도 못한 무명 작가들한테 돈을 주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질 않았다. 실제로 알고 지내던 PD들 중 몇 명이 말로만 듣던 사비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광경을 직접 목격하고 나서도 나는 절대로 그럴 일이 없을 꺼라고 마음 속으로 장담하고 있었다. 그랬던 내가 검증받지도 못한 무명 아무개(공모전 수상은커녕 아직 시나리오를 써 본 적도 없는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한테 큰 돈은 아니지만 내 주머니를 털어서 돈을 주고야 말았다. 몇 일 전 평소 왕래없이 소원하게 지내던 아무개가 지나가는 말 비슷하게 이런 거 재미있지 않을까? 라는 아이템 얘기를 해주었다. 처음엔 니가 하는 얘기가 당연히 찌질하지 이래서 안 되는 놈은 영원히 안 되는 거라니까 라는 선입견으로 비웃어주고 말았는데 시간이 지나도 뭔가 여운이 남길래 곰곰이 되씹어 생각해보니 어쩐지 정말 재미있을 것 같은 느낌이 오는 거다. 뭔가 될 것 같았고 내가 한번 진행해보고 싶어졌다. 왠지 이 정도 타이밍에 뭔가 일을 저질러야 될 것 같은 강박관념에서 나온 악수가 아닐까 걱정이 들어서 최대한 냉정을 찾고 다시 생각해봐도 정말 재미있을 것 같은 느낌이 왔다. 그래서 진행해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회사에 얘기해보려고 생각한 순간 이미 나는 신뢰를 잃은 낙동강 오리알 같은 신세기 때문에 회사에 얘기해봤자 퇴짜를 맞을께 뻔하다는 예감이 들었다. 괜히 회사에 얘기했다가 피드백 기다리고 뭐 기다리고 하느라 김빼고 시간낭비할 것 없이 깔끔하게 내가 한번 진행해보고 싶어졌다. 여기서 다시 한번 왠지 이 정도 타이밍에 뭔가 일을 저질러야 될 것 같은 강박관념에서 나온 악수가 아닐까 걱정이 들어서 최대한 냉정을 찾고 다시 생각해봐도 일단은 내가 한번 진행해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과 확신은 흔들리지 않았다. 자고 일어나면 생각이 바뀔 것 같아서 몇 일을 시험해봤는데도 아직은 생각이 바뀌질 않은 걸 보면 이번에는 확실히 잘 될 것 같은 느낌이 왔다. 그래서 아무개한테 나랑 같이 진행해보자고 제안했고 아무개는 돈만 주면 얼씨구나 오케이라 그래서 장고 끝에 입금 완료시켜주고야 말았다. 절대 큰 돈은 아니지만 아무개 입장에선 태어나서 처음으로 말 몇 마디 하고 번 돈이니 정말 기쁠 것이고 실제로도 정말 기뻐하는 희망에 가득 찬 입금 확인 문자 메시지를 보내주었다. 큰 돈은 아니지만 그 돈이면... 아이씨. 이번엔 정말 잘해봐야지. ㅜㅜ. 나는 바보가 아니다. 나는 바보가 아니다;;
- 2009/11/05 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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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덧글수 : 6




덧글
마력덩어리 2009/11/05 03:18 # 답글
왠지 이 포스팅 옆 사진과 어울리는군요.
Loiental 2009/11/05 08:23 # 삭제
ㅋㅎㅎㅎㅎ
1112 2009/11/05 04:18 # 삭제 답글
작가의 영업능력을 배우고 싶습니다 ㅋㅋ
44 2009/11/05 19:46 # 삭제
돈은 이렇게 버는 거군요.
베리배드씽 2009/11/05 09:48 # 답글
고심을 거듭한 끝에 한 결정이니 잘 되셨으면 합니다.
파트맨 2009/11/09 01:23 # 삭제 답글
'이 정도 타이밍에 뭔가 일을 저질러야 될 것 같은 강박관념에서 나온 악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