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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돈이 많은 감독과 그렇지 못한 감독 비공식업무일지

 

<고령화 가족>의 천명관은 “영화 한 편만 찍고 잊혀지는 불운한 감독들을 수없이 지켜보며 실패와 불행은 다르다고 말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실패와 불행이 다르다는 걸 꼭 <고령화 가족>을 읽어야만 알 수 있는 건 아니다.

예전에 내가 믿고 따르던 어떤 쪽박 감독님께서는 한국의 영화 감독은 딱 두 종류가 있다고 했다. 원래 돈이 많은 감독과 그렇지 못한 감독. 원래 돈이 많은 감독의 경우엔 데뷔작의 흥행 실패가 인생의 불행으로 연결되지 않는다고 했다.
언뜻 생각하기엔 데뷔작의 흥행 여부가 신인 감독에겐 어마어마하게 중요한 문제처럼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원래 돈이 많은 신인 감독에겐 그렇게까지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데뷔작이 흥행에 실패한다고 해도 어차피 남의 돈으로 만든 영화이므로 자기 돈 나가는 것도 아니어서 차기작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 뿐이라고 했다. 그러니 원래 돈이 많은 감독은 데뷔작이 흥행에 실패해서 영영 차기작을 만들 수 없게 된다고 하더라도 영화 말고 또 다른 행복을 찾아 하다못해 술집이라도 차려서 그럭 저럭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원래 돈이 많지 않은 감독의 경우는 다르다. 보통은 원래 돈이 많지 않은 감독을 생계형 감독이라고 부르는데 이들의 경우는 데뷔작의 흥행 실패가 곧장 인생의 불행으로 연결된다고 했다. 영화 말고는 딱히 할 수 있는 것도 없는 상태에서 영화를 더 이상 만들지 못하게 된다는게 생계형 신인 감독들에게 어떤 의미인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이는 <고령화 가족>의 캐릭터 설정을 조금만 바꿔봐도 알 수 있다. 영화 흥행에 참패하고 아내에게도 버림받고 빈털터리 백수로 살고 있다는 <고령화 가족>의 주인공을 영화 흥행에 참패는 했지만 돈은 많은 백수라고 생각해보자. 아마도 아내에게 버림받을 일은 없을 것이고 조카딸의 용돈을 빼앗는기는커녕 명절 때마다 용돈을 듬뿍 쥐어 줄 것이다. 과연 아내와 조카들의 사랑을 듬뿍받고 원래 돈이 많아서 영화 말고도 할 일이 많은 백수가 불행하게 느껴질까? 행복까진 모르겠지만 그다지 불행하게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그 당시엔 원래 돈이 많거나 그렇지 않거나로 감독의 행복을 논하는 그 쪽박 감독님이 속물스럽게 느껴져서 조금 실망했었는데 지금은 생각이 좀 다르다. 그나저나 그 쪽박 감독님은 원래 돈이 많은 감독이 아니었다. 굳이 분류하자면 그렇지 못한 감독 편에 속했던 것 같다. 연락을 못 드린 지도 오래 됐는데 아마도 차기작 소식을 들을 일은 없을 것 같고 그저 가슴 아픈 기억일랑 다 잊고 몸 건강히 잘 살고 계시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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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덧글

  • yucca 2010/03/01 15:46 # 답글

    오 천명관 작가 신작나왓군요. 감독이야기라...이분도 애드님처럼 주변의 지인을 소재로 한 듯-ㅁ-
  • 오리지날U 2010/03/01 16:09 # 답글

    다음 주부터 저도 '로또'라는 것을 매주 구입해보기로 했어요. (천원어치씩만요)
    혹시라도 제가 당첨이 된다면 애드맨님께 일부 투자하겠습니다.
  • .. 2010/03/01 17:17 # 삭제 답글

    돈이 많은 영화감독의 대표적인 경우가 박찬욱 감독이었죠.
  • -_- 2010/03/01 17:20 # 삭제

    얼매나 많음?
  • 구라왕국 2010/03/02 19:24 # 답글

    엇! 천명관 고래 쓴 사람맞죠? ㅋ
  • 2010/03/03 16:33 # 답글

    비단 감독이라는 직업만 그런가요. 돈없으면 일의 실패가 인생의 실패가 되기도 하고, 결혼의 실패가 인생의 실패가 되기도 하죠. 으흐흐흐. =ㅅ= 가난하면 자주 불행해지는 것이죠. 슬프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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