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잇굿? Since 2007

adman.egloos.com

포토로그



모던보이는 김혜수 때문에 망한걸까? 칼럼과리뷰

 

엊그제 새벽 안방극장에서 <모던보이>를 보았다. 개봉 전에는 여러모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작품이었지만 개봉 후에는 ‘잘 만든 영화를 김혜수가 망쳤다’는 소문이 자자했던 작품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정말 김혜수가 영화를 망친건지 확인해보고 싶어서다. 그런데 소문대로 김혜수가 박해일의 이모 뻘로 보여서 영화가 망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김혜수가 박혜일의 이모 뻘로 보이지는 않았고 실제로도 박해일이 77년생이고 김혜수가 70년생이니 그냥 누나 정도지 이모 뻘은 아닌 셈이다. 게다가 여자가 이모 뻘이라고 사랑하면 안 된다는 법이 있는 것도 아니므로 김혜수가 박혜일의 이모 뻘로 보여서 영화가 망했다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


고작 사랑 때문에 친일파에서 독립군이 된다는 설정에 무리가 있어서 영화가 망했다는 의견도 많았지만 그건 관객 개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문제이므로 그냥 넘어가야 될 것 같고 그것보다는 김혜수가 맡은 조난실의 캐릭터에 문제가 있었던 걸로 보였다. 김혜수라는 배우는 캐릭터에 자신을 맞추는 스타일이 아니라 캐릭터를 자신에게 맞추는 스타일인데 각색 과정에서 그런 김혜수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 같았다. 엄연히 원작이 있는 작품이므로 캐릭터를 배우에게 맞추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왕 김혜수를 캐스팅하기로 했으면 최대한 캐릭터를 김혜수에게 맞췄어야 하지 않았을까?

한 마디로 김혜수가 청순하고 순진한 소녀의 눈망울로 박해일을 바라보는 장면이 과연 관객들의 보호본능을 자극할 수 있을 지의 문제에 대한 감독의 고민이 부족했다는 뜻이다. 어쩌면 감독은 자기가 연기 지도를 잘 하면 김혜수를 캐릭터에 맞출 수 있을 꺼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는데 그렇다면 그건 감독이 잘못한거다. 그리스 신화에 보면 프로크루스테스라는 강도가 있는데 그는 사람을 잡아 쇠 침대에 묶고 사람이 침대보다 크면 발을 자르고 작으면 잡아 늘렸다고 한다. 영화의 성공과 실패는 십중팔구 감독 탓일 수 밖에 없다. 김혜수는 무죄다.


관련포스팅

김혜수 걱정된다  

모던보이 걱정된다  


관련기사

잘 만든 '모던보이' 김혜수가 망쳤다  

 




덧글

  • ㅁㄴㅇㄹ 2010/03/03 17:55 # 삭제 답글

    애드맨님의 영화 흥행 예측 글만 보다가 이런 날카로운 비평 글을 보니까 느낌이 새롭네요.
    저도 이번에 TV 로 보면서 애드맨님이 지적해주신 부분을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영화 <타짜>는 김혜수의 역할이나 매력이 굉장히 두드러져 보였는데, <모던보이>는 그렇지 못했죠.
    캐스팅과 캐릭터가 많이 엇나간 것 같더라구요. 애초에 배우에게 뭔가를 이끌어내려 했다기 보다는 감독이 하고 싶은 걸
    그대로 밀고 나간 결과가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타짜>만 봐도 배우와 감독, 각본의 시너지 효과라는 건 결코 무시할 수가 없죠.
  • umberto 2010/03/07 06:40 # 삭제 답글

    일단 <모던보이>를 보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가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흥행에 실패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한마디로 '기름이 잔뜩 낀 영화'라고 해야 할까요? 영화가 역사와 반드시 일치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일반적인 상식수준의 역사감각과 터무니없이 벌어졌다면 문제죠. 일제시대에 분명 미쓰코시 백화점으로 대표되는 현대적 장소와 모던보이, 모던걸로 대표되는 현대적 멋쟁이들이 나타나긴 합니다. 그러나 그래봐야 조선은 식민지 변방일 뿐이었죠. 전통적인 세련미로 따지자면 도쿄, 상하이, 홍콩이 더 낫죠. 경성 따위는 비교도 안됩니다. 우리가 고딩때 배웠던 염상섭의 소설들에도 여러번 나왔던거죠. 한마디로 '도쿄는 쿨하고 경성은 구리다.'가 그 시대의 인식이었습니다.

    심지어 도쿄, 홍콩, 상하이 따위도 파리, 런던, 뉴욕에 비하면 뭐;;;;;; 그 시대에서 댄디나 모던 따위를 찾는 것은 지금 3세계 변방국가에서 "우리나라에도 이런 멋쟁이들이 있어"라고 까부는 것과 다를 바가 없죠. 뭐 그 나라에서는 멋쟁이일 겁니다. 선진국 수준으로 보자면 촌스러워서 그렇지.

    국민 다수가 가난해서 학교도 제대로 못보내던 시대에 댄디 따위를 찾고 있었으니 망하는게 당연하죠. 경성의 모던보이를 보느니 차라리 동시대 <시라스 지로>를 보는게 나을 겁니다.
댓글 입력 영역



newadss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