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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산 583m 비공식업무일지


원래는 주말에 가려고 했는데 비가 온다 그래서 부랴 부랴 서둘렀다. 이번엔 조금 높은 산을 오르고 싶어서 청계산을 골랐다. 평일 오전이었지만 청계산 입구 행 버스가 오는 양재역 7번 출구 앞 정류장은 이미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등산객들로 만원이었다. 날씨가 좋아서였나보다. 출근 버스 만큼이나 붐비는 버스 안에서 문득 내가 산에 너무 일찍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 안 등산객들 대부분이 큰아버지 뻘이었기 때문이다. 한 3~40년 정도 일찍 온 느낌이었다. 청계산 입구는 예상 외로 번화했다. 식당도 많고 등산복 가게도 많았다. 그다지 시골 느낌은 아니었다. 산 입구의 등산 안내도를 보니 매봉은 583m, 옥녀봉은 375m여서 살짝 고민하다 이왕 여기까지 온 거 매봉을 오르기로 결심했다. 언제나 100m~300m급 산만 오르다가 583m를 오른다고 생각하니 산 입구부터 조금 긴장이 되었는데 역시나 100m~300m급 산보다는 훨씬 힘들었다. 윈터골 쉼터를 거쳐 매봉으로 올랐는데 계단이 진짜 많았다. 정상 근처 계단에 붙어 있는 번호를 보니 총 1400개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정상에는 열 댓명의 등산객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고 해는 쨍쨍했지만 경치는 흐릿했다. 워낙 흐릿해서 어디가 어딘지도 잘 모르겠더라. 내려올 땐 계단을 피하려고 청계골 쪽으로 향했는데 역시나 계단이 많았다. 하산 후 별 생각없이 식당 골목 사진을 찍으려는데 왠 아저씨 한 명이 다가오더니 뭘 찍는 거냐고 물어봤다. 시비 거는 줄 알고 살짝 긴장하며 그냥 동네 사진 찍는 거라 그랬더니 어디서 나오셨냐고 다시 물어봤다. 내가 어디서 나올 사람으로 보였나? 내가 어디서 왔는지 왜 궁금한 건지 이해가 안 돼서 그냥 등산하러 왔다니까 에이 아닌 것 같은데 하면서 위 아래로 훝어보더니 가게 안으로 쑥 들어가버렸다. 하긴 내가 등산복이나 등산화를 신은 것도 아니어서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근데 어디서 오셨는지가 왜 궁금했는지 모르겠다. 혹시 불법 주차 단속 하러 나온 사람으로 보였나? 양재역으로 향하는 버스 정류장 근처 식당가엔 이른 점심을 먹으러 나온 직장인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원래는 그 동네에서 점심을 먹을 생각이었는데 괜히 혼자 들어가면 별로 환영받지 못할 것 같아 미련없이 양재역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입구에서 정상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는데 총 두 시간 정도 걸렸다. 두시간으론 성이 안 차서 한 여섯시간 정도 논스톱으로 걷고 싶어졌다. 내 마음은 지금 지리산 또는 제주도에 가 있다. 




덧글

  • Annihilator 2011/03/31 23:24 # 답글

    이제 슬슬 암벽타기를 배우실 때가 된 거 아닌가요?
  • 애드맨 2011/04/01 10:14 #

    턱걸이도 벅찹니다 ㅎ
  • 8비트 소년 2011/04/01 14:06 # 삭제 답글

    다들 그렇게 등산에 빠져들게 되지요.
  • 2011/04/02 02:1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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