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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읽고.. 칼럼과리뷰


내가 처음 서울의 길거리와 건물들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첫 연출부 때였다. 영화 속에 나올 장소를 헌팅해야 되는데 당시 해외 유학파 출신이었던 감독님의 안목이 워낙에 높으셔서 어지간해선 오케이를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백날 발품을 팔아봤자 서울의 길거리와 건물들은 다 거기서 거기였다. 한국의 건축가들이 원망스러웠다. 한국영화의 비주얼이 선진국의 영화들에 비해 떨어지는 건 팔 할이 무능한 건축가들 탓이라고 생각했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는 한국의 도시와 부동산이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를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책이다. 첫 연출부 때부터 마음속에 품고 있던 궁금증을 많이 해소할 수 있었다. 지은이는 건축 일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개인작업이 가능한 대중음악인을 부러워하던데 나는 건축가도 멋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지만 어지간한 유행가의 수명보다는 건물의 수명이 훨씬 길기 때문이다. 건물은 아무리 못 지어도 최소 수십 년은 가지 않나? 책을 읽고 가장 만족스러웠던 건 내가 살고 있는 서울이 어떤 곳인지에 대한 개념이 잡혔다는 것이다. 강남 거리를 왜 걷기 싫은지 알게 해 준 지은이가 존경스러웠다. 그러나 책을 읽는 내내 마음에 걸렸던 부분이 있다. “최근에 만난 건축주는 이를 아시고, 진행하는 오피스텔을 실내 평면 면적보다는 체적과 외부 공간으로 차별화를 주려고 하시는 분이셨다.” p.93 이 문장을 읽자마자 확 깼고 존경심도 살짝 사그라 들었다. “이를 아시고?” “하시는 분이셨다?” 마치 TV에서 신인 연예인들이 선배 연예인을 두고 선배님이라고 하는 걸 들을 때와 비슷한 기분이었다. p.115에서는 “할렘을 변화시킬 때처럼 때로는 자본주의의 법칙을 치사하게 이용하기도 한다”라고 할 정도 돈 앞에서 대쪽같던 분이 유독 건물주에게는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훌륭한 책을 쓸 정도로 인문학적 소양이 뛰어나고 경력도 훌륭한 분도 건축주 또는 건물주에게는 이길 수 없다는 말인가? 자본주의는 우스워도 건물주는 무섭다는 뜻인가? 이제와 생각해보면 그 당시 해외 유학파 출신이었던 감독님도 언제나 당당하고 거만했지만 유독 한 명에게만은 약한 모습을 보이셨다. 당시 영화사 사무실이 입주해 있던 건물주 할아버지다. 그 할아버지만 나타나면 어쩔 줄을 몰라 했고 부자는 뭔가 달라도 다르다며 마냥 부러워하셨던 기억이 난다. 역시 건물주가 최곤가 보다.







덧글

  • 이요 2015/04/22 10:30 # 답글

    건물주 나이가 많아서 그렇게 쓰신 거 아닐까요?ㅎ
  • 일반쓰레기 2015/04/23 00:24 # 삭제 답글

    건축가에게 건축주는 비즈니스적으로 '고객' 이니까 그런거 아닌가요?
  • 배길수 2015/04/23 00:58 # 답글

    용던 밀어버리기 전에 거기서 사이버펑크 한번 찍었어야 했는데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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