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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해가는 영화사 직원의 사다리타기 비공식업무일지


대부분의 영화사에는 남자보다 여자가 더 많다.

내가 다니는 영화사도 남자보다 여자가 더 많은데 무슨 이유에선지 회사 내에서 군것질을 자주 하게 된다. 난 길거리 다니면서 포장마차나 트럭에서 떡볶이나 순대를 사 먹어 본 적이 별로 없는데 여직원들은 회사 근처의 포장마차나 트럭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떡볶이, 순대 그리고 튀김 사먹는걸 매우 좋아한다. 보통 오후 3~4시 사이에 단체로 군것질을 하는데 돈 내는 사람은 사다리타기로 결정된다. 총 열댓명의 직원들이 사다리타기해서 두명 정도가 당첨되는데 나도 그동안 두 번인가 세 번 걸려서 몇 번 군것질 심부름을 갖다 온 기억이 난다.


단골 노점상 떡볶이집 주인 아주머니에게 떡볶이 5인분, 순대 5인분, 튀김 5인분을 주문하면 이렇다할 객관적인 기준없이 대충 포장해서 주는데 5인분 시킬 때나 3인분 시킬 때나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아 살 때마다 손해보는 기분이다. 한번은 좀 많이 주세요라고 강하게 어필했더니 주인 아주머니가 무섭게 노려보며 오히려 평상시보다 더 적게 주는게 아닌가. 강하게 어필해봤자 본전도 못 찾을 것 같아 다음부터는 군소리없이 주는 만큼만 곱게 포장해서 배달해오곤 한다. 우리 회사 앞 떡볶이집 주인 아주머니는 얌전히 있는 손님에게 그나마 많이 챙겨주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회사로 돌아와 떡볶이, 순대, 튀김을 테이블 위에 세팅해 놓으면 각자 업무를 보고 있던 직원들이 기다렸다는 듯 달려와 빠른 속도로 먹어치워버린다. 바로 이 때가 회사 생활 중 가장 보람있고 뿌듯한 순간이다. 내가 준비한 간식을 맛있게 먹는 직원들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회사 생활 잘 하고 있는 기분이 든다.


생각해보니 입사 초기에는 사무실에 먹을 게 많았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사라져버렸다. 탕비실이라는 곳에 믹스커피가 있고 녹차가 있고 온갖 종류의 과자와 군것질거리들이 항상 준비되어 있었는데 요즘엔 커피와 녹차만 남아 있다.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있었는데 이게 다 한국 영화가 어렵기 때문인걸까?


한국 영화 어려운 거랑 내가 지금 이렇게 도배하듯 블로그에 낙서하는 거랑 무슨 관계가 있을까? 오늘은 월요일이라 주간회의 준비도 해야 되고 진행 중인 작품 시나리오 회의도 해야 되고 미루고 있던 주목할만한 원작 판권도 알아봐야 되는데 새벽까지 잠 못 이루고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있는 이유는 뭘까?


이번 주에는 그동안 밀린 진행비나 나왔으면 좋겠다. 일단 자비로 쓰고 나중에 영수증 청구하면 준다고 했을 때부터 뭔가 수상하긴 했는데 역시나 안 나온다. 남의 돈 받아내기가 이렇게 힘들다.


진행비도 안 나오는 마당에 사다리타기도 신중하게 해야겠다.




덧글

  • Kitano 2007/09/17 13:19 # 답글

    저도 영화를 배우고 있는 학생입니다. 게다가 제작입니다. -_-;
    아 이 블로그를 어제 우연히 발견했는데..
    글을 읽다보니 우울해지는군요..^^;;;;
    괜히 이 일 선택했나..졸업한 선배들 이야기를 들어도 그렇고 어째;;
  • 검은머리요다 2007/09/17 20:09 # 답글

    일단 자비로 영수증 청구,, 아주 구린내가 풀풀납니다요.
  • tommi 2007/09/18 06:12 # 답글

    입사 초기에는 사무실에 먹을 게 많았었는데 요즘엔 커피와 녹차만 남아 있다. - 같은 회사 이신줄 알았습니다 ㅋㅋ
  • 애드맨 2007/09/18 15:19 # 답글

    kitano//잘 나가는 사람들 블로그를 자주 가세요.^^
    검은머리요다//그냥 그러려니 합니다.
    tommi//커피는 떨어지기도 합니다. 같은 회사는 아닐거에요.ㅎ
  • tommi 2007/09/20 12:57 # 답글

    요즘 커피 떨어졌는데 리필이 안되고 있습니다. 같은회사 맞나요?ㅋ
  • 애드맨 2007/09/20 14:30 # 답글

    우리는 리필됐어요 ㅎㅎ
  • 마력덩어리 2007/10/16 21:12 # 답글

    사장님이 블로그 읽으셨군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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