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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해가는 영화사 직원의 자유시간 비공식업무일지


회사가 망해가니 점점 사내 자유 시간이 많아진다.

출근 시간이 자유고 외부 미팅도 자유고 시사회 참석도 자유고 퇴근 시간도 자유다. 회사가 잘 나갈 때는 마음에 안 드는 행동을 하는 직원에게 사사건건 시시콜콜 잔소리하는 직원이 있었는데 요즘엔 아무도 서로에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 잔소리 직원마저 요즘엔 프리스타일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미 사표를 내고 퇴직날까지 받아놓은 직원이 두명이나 있으니 굳이 비교하자면 초등학교 학년말 파장 분위기와 비슷한 것 같다.


회사에서 사 주는 점심을 먹고 소화도 시킬 겸 산책을 하다가 근처 영화사에서 일하는 친구를 불러내 커피빈에서 장시간 잡담을 나누었다.


이 동네 커피 전문점에는 동종 업계 종사자들이 많아 회사 뒷담화를 나눌 땐 괜시리 신경이 쓰인다. 조용히 얘기를 하고 있을 때 주변 테이블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기울여 보면 늘씬한 언니들과 계약 얘기를 하고 있는 매니저가 있고 우리 회사 어렵다고 푸념하는 영화사 직원이 있고 새로 쓴 작품 모니터를 받는 작가가 있고 자기를 부당대우한다고 분노하는 감독이 있고 자기가 아는 대단한 파워맨 이름을 열거하는 피디도 있다.


매니저들은 훤칠한 차림새이긴 하나 뭔가 믿음이 안 가게 생겼고 작가, 감독, 피디들은 훤칠과는 애초에 거리가 먼 차림새고 웃고 있어도 웃는게 아닌 뭔가 찌든 인상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한눈에 보면 알 수 있다. 그래도 비교를 하자면 매니저, 작가, 감독, 피디, 영화사 직원중 가장 후줄근하고 초라한 쪽은 작가들이다. 작가들은 감독이든 피디든 영화사 직원이든 누구와 함께 있더라도 언제나 살짝 기가 죽어 있는 저자세이기 때문이다.


근처 영화사에서 일하는 친구와 조용히 뒷담화를 나누고 있을 때 뒤쪽 테이블에서 작가와 피디가 나누는 얘기가 들려왔다. 둘은 만난지 얼마 안 됐는지 그 동안 자기들이 참여했던 영화들과 아는 영화인 이름을 두서없이 늘어놓으며 몇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람들이라는 걸 새삼스럽게 확인하며 반가워하는 중이었다. 그 아는 사람들 중에는 내가 아는 사람들도 있었고 내 친구가 아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다지 반갑지는 않았다. 몇다리 건너면 아는 사람이라는 건 이제 그리 신기하지도 반갑지도 않다. 별로 인상적인 대화가 아니었음에도 기억하는건 대화 내내 여자 피디가 피워대는 담배연기가 내쪽으로 계속해서 날아왔기 때문이다.


친구와 헤어진 후 회사에 들어왔는데 다들 미팅에 시사회에 알 수 없는 이유들로 사무실은 텅 비어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더 놀다 들어올걸 하고 잠시나마 후회했는데 자리에 앉자마자 이미 사표를 내고 퇴직날을 받아둔 투덜이 직원이 메신저로 말을 걸어와서 또 한참을 사내 채팅으로 시간을 보냈다. 할 일도 없고 인수인계할 직원도 없는데 왜 몇 일 더 다니라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푸념을 늘어놓길래 할 일 없으면 잡코리아라도 뒤져보라고 조언해줬다. 투덜이는 이미 뒤지고 있는데 영화사 구인 공고는 거의 없다고 또 투덜댔다.


시사회에 갔던 직원들이 그 영화 쪽박이라고 걱정하며 들어왔고 넘버원은 어디있는지 모르겠고 넘버투는 일드 삼매경이니 나는 슬슬 퇴근 준비나 해야겠다.




덧글

  • N 2007/10/08 20:48 # 삭제 답글

    잡코리아에 기업회원 아이디로 가입을 해서...
    이력서 뒤져보면서 개인정보 자료를 싸그리 모으는 작자들이 있더군요...

    웃긴건 그 정보를 통해 스팸을 보내는 놈들이 만든 내용을 보면...
    마치 자신들은 잡코리아와 제휴 광고 email을 보내는 척 가장을 한다는겁니다...
    그것도 엄청나게 조잡하게 티내서 말이죠...

    인터넷에서 개인정보를 마음 먹고 모으는건 정말 누워서 떡먹기인가봅니다...
  • 애드맨 2007/10/08 21:25 # 답글

    저런...이력서 비공개로 설정해두길 잘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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